[수영] 배영 - 물에 누워보기
물이 무서워서 앞으로 들어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자기집 방바닥처럼 물에 눕는다고?
이미 수영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배영처럼 편한게 없다고 한다.
가만히 물 위에 둥둥 떠있으면 되니
당연히 힘안들고 보기에도 편안한 자세이다.
하지만, 물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배영을 한다는게 너무 두렵다.
얕은 물에 바닥이 가까이 보여야만이 그제서야 안심하는 초보는
자유형 수업 다음이 배영이라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게 느껴진다.
자유형도 안되서 허우적되는데..
차라리 평영, 접영으로 바로 가고 배영은 정말 나중에 배우면 안되나 할 정도다.
그런데 계속 수영장에 가서 물이랑 자꾸 친하게 지내다 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물에 누울 수 있게 된다.
(완전한 영법이 아니라 흉내내는 수준)
강습시간에는 아직도 킥판잡고서 한번씩 고개들어 숨쉬는 것도 버거운데,
어느날 갑자기 배영 자세가 가능해졌다.
아마 물에 자꾸 들어가다 보니 적응해서 알아서 힘 빼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아이들처럼 물에 들어가 있는게 재밌다고 느껴질 때,
어쨌거나 물에 뜨고 잠수하는 느낌이 즐거울 때,
바로 그 때부터인 것 같다. 물이 엄청 편하게 느껴진 날.
특히 자유수영으로 가서 영법을 연습하는게 아니라
같이 간 아들 놀아준다고 돌고래도 태워주고(켁켁)
잠수하고 쫓아다니고 던져주고
누가 멀리까지 한 번에 가나 시합도 해주고(?)
이렇게 같이 놀다보면 몸을 이 자세 저 자세 나도 모르게 바꾸게 되고
FM대로 영법을 하면서 숨쉬는 것에 대한 강박감에서 벗어나
정말 빨리 물하고 친해지게 되었다.
주말만 되면 같이 서로 같이 수영장 가서 놀고 오자고...
3시간 놀고 오면 힘들어 죽을 맛이다.
(그래도 키즈카페보다 훠~얼씬 저렴하고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어린이들이 친구들끼리 수영장에서 노는 것을 잘 살펴보면,
어른들처럼 자유형이나 평영 같은걸 훈련하러 온게 아니라
다이빙에 잠수하고 밀고 잡고 당기고 등등 정말 신나는 물놀이를 하고 있다.
그냥 물에 있는거, 물이 튀는거 자체가 즐거운 아이들이다.
이 때 아이들이 물에 들어갔을 때,
특히 등으로 누우면서 들어갈 때를 자세히 본다.
(보통 아빠들이 던져주는데 아이들은 정말 좋아한다. 끝도 없다.)
그럼 앞으로 들어가든 뒤로 들어가든 그 아이들이 잘하는 것은
코가 물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본능적이고 자동적으로 숨을 내쉬는 것이다.
자세가 엎었든 뒤집었든 옆으로든 한 바퀴 구르든,
초보자 성인 같으면 100퍼센트 물 왕창 들이키고 켁켁거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물 속에서 숨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잘 알고 있다.
물론, 수영을 이미 잘 배운 아이들일 수도 있다.
물 속에서는 엎드린 자세에서 얼굴을 옆으로 살짝만 돌려도 코에 물이 들어온다.
뒤로 누운 자세라면 물이 막 밀고 들어와 버린다.
그래서 들이쉬어 놓은 공기가 코에서 대기하는 상태에서,
고개가 조금이라도 옆으로 돌아갈 때는 내쉬어주어야 물이 안들어온다.
공기로 물을 밀어내는 것이다.
다만 내쉬는 공기는 금방 바닥난다는 게 문제이다.
물에 한 번 누워보자. 힘빼고. 숨을 머금고.
처음부터 잘 뜰 수도 있고, 완전히 잠길 수도 있다.
얼굴이 물에 잠겼다 다시 떠오를 수도 있다.
코가 물속으로 들어갈 때 숨을 내쉬어야 한다.
당연히 물을 들이킬 수도 있다. 겁내지 말자.
하지만 코가 물 밖으로 나올 때까지 숨을 코로 내쉬면서 버텨내야 한다.
이게 한 번만 되면 절대 배영이 두렵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엎어져서 뜨면 당연히 누워도 뜨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같은 몸에서 부력이 어디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우리 몸은 무조건 뜬다.
또 숨쉴 때 필요한 건 코와 입 뿐이다.
어떻게든 코와 입만 수면 위로 내놓으면 절대 안죽는다 생각하자.
코와 입이 물 밖으로 나올 때까지를 참아내야 한다.
그리고 누우면, 물안경을 쓰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물에 빠졌다는 느낌이 들면서 순간 눈을 감고 허우적 댄다.
물에 빠진다는 생각이 들면 자세고 뭐고 다 흐트러진다.
어푸- 어푸-
맨날 아래만 보는 습관이 들어서 위를 보면 조금 이상한데
물안경을 쓰고 있으니 절대 눈에 물 안들어 온다.
눈을 뜨고 있어야 얼굴이 물 밖인지 속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이게 성인되서 늦게 배워서 그런갑다...)
처음에는 몸에 힘이 빡 들어가 있어서 쑤욱 가라앉을 수도 있다.
그럼 코로 숨을 내쉬어도 떠오르지도 못하고 물을 먹게 된다.
이건 정말 몸에 힘을 빼고 누워야 가능하다.
(애들처럼 물만 보면 신나야..)
그리고 아주 얕은 수심보다는
오히려 허리 정도 오는 수심에서 연습하는걸 추천한다.
일단 뜰 수는 있다 하면,
숨을 내쉬고 있다 보면 얼굴 부분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렇게 되면 편하게 숨을 쉬고 둥둥 떠다닐 수 있게 된다.
그래도 얼굴 나오는게 시간이 걸려 물을 먹게 된다면
숨을 최대한 적게 내쉬면서 버텨야 한다.
요령이 있다면 입술을 코로 최대한 붙이고 약하게 숨쉬는 것이다.
수도꼭지 밸브를 거의 잠그면 물이 쫄쫄쫄 나오듯이 콧구멍을 거의 막는 것이다.
그러면 꽤 오래 얼굴이 물 속에서 있는게 가능해져 시간을 벌게 된다.
떠 있는 중간에도 다시 얼굴이 물에 잠길 수 있다.
옆에서 물이 크게 튈 수도 있고 그럼 또 어푸- 어푸-
입으로는 계속 들이쉬고 코로 내쉬다가
코로 물이 온다 하면 바로 약하게 내쉬어 준다.
코로 들이쉬고 있으면 안된다.
자꾸 하다보면 (이게 참 와닿지 않는 말인데)
물에서 매우 편안하게 누울 수 있다.
재미도 있고-!
그리고 영화 '아바타2 - 물의 길'을 보고 왔더니,
그렇게 물이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는...